[발언대] 연말에 더 절실한 배려의 말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52년 삶을 통해 더욱 확신하는 것은 한국인의 우수성이다. 세계 최고라고 하는 유대인을 능가한다는 생각도 든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들의 아쉬움 역시 비례한다. 그것은 편 가르기, 사람차별, 거짓말, 배려심 부족 등인데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의 계절에 배려하는 마음에 관한 몇 가지 예들을 나열해 보려한다. 어느 교회 예배에서 했던 장로님의 대표 기도가 기억난다. ‘하나님 아버지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난 한 주간도 아무 일 없이 편안히 지낼 수 있게 축복해 주시고…’ 본인은 아무 일 없이 무탈했는지 몰라도 그 기도를 듣는 교인들 중 어떤 이들은 가족을 잃거나 암 진단을 받거나 파산선고에 고민하거나, 자녀 문제로 힘들어 하는 등 많은 아픔을 경험했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겠지만 배려에 신경 쓰지 않은 부주의가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되는 예다. 보통 우린 연말연시에 기쁘고 즐거운 들뜬 기분으로 지낸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다들 나처럼 그러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은 생활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 외로움으로, 병상의 고통으로, 남들이 즐거워하면 할수록 더욱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누가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행동이나 말에 항상 조심하고 배려하는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 부부간의 다정함을 나타내는 자연스런 애정 표현이나 또는 사업의 번창, 자녀의 성공, 몸의 건강 등 별생각 없이 늘어 놓는 자랑이나 수다가 상대방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모임에서 듣게 되는 흔한 예를 들자면 생일이나 명절에 ‘우리 아들이 해외여행을 보내 주었다’, ‘우리 딸은 무슨 선물 사 주더라’, ‘사위가 어느 고급식당에서 식사 대접을 해주더라’ 등등이다. 그 대화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집안형편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 경력·학력이 없는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 자식이 없는 사람, 자식이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 불치병 가진 사람, 짝 잃고 혼자되어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속이 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집에 가서 혼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참석자 대부분이 시니어인 연말 파티에 행사 주관자가 단순히 모임을 멋지게 보이도록 하고싶어서 부부 지정석을 정하고, 부부의 다정한 모습 사진으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마 이런 모임 참석자의 3분의1 정도는 홀로된 분들이기에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가장 아픈 곳을 자극할 수 있다. 어느 모임에서 이야기의 주제로 정치나 종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나, 요즘 많은 단체 카톡방에서 대화의 충돌을 자제하라는 것 역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함 일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연말 절실 연말 파티 수다가 상대방 부부 지정석